• 본원소개
  • 오시는길

건강칼럼

H > 커뮤니티 > 건강칼럼

제목

정상 체중에도 당뇨·지방간...장기에 쌓이는 '이소성 지방' 관리법은?


체중은 정상이지만 만성 피로감이 지속되거나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 이상이 반복된다면 '이소성 지방(Ectopic Fat)'을 의심해야 한다. 이소성 지방은 피하가 아닌 간, 췌장, 심장 등 장기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지방을 말하는 것으로, 체중과 관계없이 심각한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지방 독성'의 주범이다.

가정의학과 오윤환 교수(중앙대학교 광명병원)는 "이소성 지방은 축적된 위치에 따라 장기의 고유 기능을 마비시키고, 전신적인 대사 교란을 일으킨다"며 "이는 일반 비만보다 제2형 당뇨, 심근경색, 심부전 등 대사질환의 발생 위험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오 교수와 함께 이소성 지방의 발생 원인과 위험성,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 및 관리 전략까지 자세히 알아본다.

BMI 정상이더라도 위험? 이소성 지방이란
이소성 지방은 말 그대로, 지방이 제자리가 아닌 '다른 장소'에 쌓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비만은 에너지 과잉으로 인해 피하 지방층에 지방이 축적되며, 신체 외형이나 BMI 수치로 비교적 쉽게 진단된다. 반면 이소성 지방은 장기 내부에 중성지방이 침착되는 것으로, 겉보기에는 마른 체형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대사 기능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오윤환 교수는 "이소성 지방과 일반 비만의 가장 큰 차이는 지방의 '양'이 아니라, 쌓인 '위치'와 그로 인한 대사적 영향"이라며, "BMI가 정상이어도 이소성 지방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동아시아인은 유전적으로 피하지방 저장 능력이 낮아, BMI가 낮더라도 이소성 지방이 쉽게 축적되고 대사질환 발생 위험도 높다. 이런 경우를 흔히 '마른 비만' 또는 '정상 체중 대사 비만'이라 부른다.

운동 부족이나 좌식 생활, 정제 탄수화물과 액상 과당의 과잉 섭취는 이소성 지방 형성을 촉진한다. 오 교수는 "이러한 식습관은 간에서 지방 합성을 빠르게 증가시키며,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와 만성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성 지방이 생기는 대표적인 메커니즘으로는 '지방 저장 한계 이론'이 있다. 오 교수는 "우리 몸은 잉여 에너지를 우선 피하 지방에 저장하지만, 개인마다 타고난 피하 지방의 저장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한계점을 넘어서면 잉여 지방은 더 이상 피하에 저장되지 못하고 혈류를 통해 다른 장기로 흘러 들어가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축적된 지방은 단순한 저장을 넘어서 '지방 독성'을 유발하고, 세포 기능을 방해하며 염증을 촉진한다. 결국 인슐린 저항성과 같은 대사 이상으로 이어지며, 일반적인 피하지방 중심의 비만보다 더 큰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

장기에 축적되는 지방, 당뇨·심혈관 질환 위험 높인다
이소성 지방은 간에 침착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흔히 말하는 지방간이 그 예다. 간에 지방이 쌓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지방간염, 간경변, 간암,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윤환 교수는 "간에 축적된 지방 중, 중성지방이 분해되며 생성되는 디아실글리세롤(DAG)은 인슐린 신호 전달을 직접적으로 차단해 공복 혈당을 상승시킨다"며 "간 내 지방 합성이 증가하면 중성지방이 풍부한 초저밀도 지단백(VLDL)의 생성이 과도해져, 혈중 중성지방을 높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혈관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췌장에 지방이 침착될 경우에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 기능이 손상돼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진다. 초기에는 베타세포가 과도하게 작동하지만, 지속되는 지방 독성이 세포 사멸을 유도해 결국 혈당 조절에 실패하게 된다.

골격근에도 지방이 쌓일 수 있다. 근육은 식후 포도당의 약 70~80%를 흡수하는 중요한 조직인 만큼, 세포 내 지방이 증가하면 인슐린 저항성과 직결된다. 오 교수는 "지방 축적이 포도당 수송체 활성화를 막고 미토콘드리아 기능까지 저하시켜 근육 질이 떨어지며, 사용되지 못한 지방이 다시 축적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심장 주변과 심근(심장근육)에도 지방이 축적되면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심방세동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오 교수는 "심외막 지방에서 분비되는 염증 물질이 관상동맥에 직접 작용해 죽상경화증을 가속화하며, 심근 세포의 지방 침착은 심장 수축·이완 기능을 떨어뜨리고 섬유화를 유발해 부정맥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고 전했다.

만성 피로·간 수치 변화...이소성 지방 축적 의심해야
이소성 지방은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등 질병으로 드러나기 전, 긴 잠복기를 거치며 신체에 미묘한 이상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따라서 건강검진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대사적으로 건강하다고 보긴 어렵다.

오윤환 교수는 "설명되지 않는 만성 피로는 지방간 환자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는 간에 축적된 지방이 에너지 대사 효율을 떨어뜨리고 만성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간 수치가 명확히 높지 않더라도 상한치 근처를 반복적으로 맴돌거나 경미한 상승을 보인다면 이 역시 간이 지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진단 방법은 검사 목적과 정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적인 선별 검사는 복부 초음파와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가 대표적이다. 초음파는 지방이 20~30% 이상 축적돼야 감지되기 때문에 초기 진단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간편하면서도 유용한 혈액 지표로는 'TyG 지수'가 있다. 이는 공복 혈당과 중성지방 수치를 조합해 계산하며, 이소성 지방과 인슐린 저항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정밀한 진단에는 'MRI-PDFF(자기공명영상 양성자 밀도 지방 분율)'가 사용된다. 오 교수는 "지방과 수분의 신호 차이를 측정해 장기 내 지방 축적률을 수치화할 수 있으며, 5% 미만의 미세한 변화도 감지 가능해 치료 전후 비교에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MRI·CT 영상에서 이소성 지방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 내 지방 줄이고 인슐린 감수성 높여야
이소성 지방 관리는 단순한 체중 감량 중심의 일반적인 비만 치료와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숫자로 보이는 체중이 아니라, 대사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비만 치료가 BMI 감소라는 양적 목표에 집중하는 반면, 이소성 지방 관리는 장기 내 지방을 줄이고 인슐린 감수성을 회복하는 질적 개선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즉, 대사 기능의 정상화가 핵심 목표다.

특히 마른 비만의 경우, 체중 자체는 정상이더라도 체성분 개선, 즉 근육량 증가와 이소성 지방 감소가 치료의 주요 목표가 된다. 오윤환 교수는 "다행히 이소성 지방은 피하 지방보다 대사적으로 활발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먼저 사용된다"며 "체중의 5~10%만 줄여도 간이나 췌장의 지방은 30~50%까지 감소할 수 있어 적은 감량으로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생활습관 개선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시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통합 전략을 사용한다. 최근 주목받는 치료제는 GLP-1 수용체 작용제와 GIP/GLP-1 이중 작용제로, 대표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가 있다.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통해 이소성 지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SGLT2 억제제(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는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켜 칼로리 손실을 유도하고, 간 및 심외막 지방 감소와 함께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피오글리타존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이소성 지방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피하지방으로 재분배하는 독특한 기전을 가진 약제다. 오 교수는 "고도 비만이 있거나 기존 치료로 조절이 어렵다면 비만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는 이소성 지방을 가장 빠르게 줄이고 제2형 당뇨병의 관해를 유도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숨겨진 지방과의 싸움, 꾸준한 실천이 답이다
이소성 지방 관리는 평생에 걸쳐 꾸준히 신경 써야 할 건강 과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쉽게 간과되기 쉬우나, 식습관·운동·수면·스트레스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충분히 예방하고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오윤환 교수는 다음과 같은 실천 수칙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