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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음식 순서 바꾸면, 환경 지킬 수 있다… "개인 건강에도 유익"

英 브리스톨대 연구팀, 기숙사 학생 약 300명 대상 연구
식단 메뉴 조합 최적화 시, 포화지방 섭취량·탄소발자국 감소 확인
비용·메뉴 변경 없이, 공중 보건 증진과 환경 보호 효과
식단 메뉴의 제공 순서를 전략적으로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건강과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university of bristol) 심리과학대학 연구팀은 대학 기숙사 식당에서 약 5,000끼의 식사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거나 조리법을 변경하지 않고, 메뉴판의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약 300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기숙사 식당에서 4주간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기존에 제공되던 2개의 주간 저녁 메뉴(월-금, 매일 3가지 선택지, 총 15개 요리)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연구팀은 먼저 7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5개 메뉴에 대한 선호도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1만 3,400개에 달하는 메뉴 조합 시뮬레이션을 통해 탄소 발자국(이산화탄소 환산량)과 포화지방산(saturated fatty acid, sfa) 섭취를 최소화하는 최적의 메뉴 조합을 도출했다.
연구 결과, 최적화된 메뉴를 제공했을 때 기존 메뉴 대비 주간 탄소 발자국(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 30.7%, 포화지방산 섭취량은 평균 6.3% 감소했다. 특히 한 주차 메뉴에서는 포화지방산 섭취가 11.3%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메뉴 교체' 방식이 다른 환경 및 영양 지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32개의 환경·영양 지표 조합 중 31개에서 개선 효과가 나타났으며, 일례로 부영양화(eutrophication potential) 가능성을 31.7% 낮추면서 섬유질 섭취는 69.2%까지 늘리는 조합도 가능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아니카 플린(annika n. flynn) 브리스톨대 연구원은 "이 방식이 기존 급식 체계에 성공적으로 접목될 경우, 학교와 대학은 물론 병원, 요양원, 교도소 등 다양한 현장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별 조리법 변경 없이 주간 메뉴를 조정하는 방식이어서, 기존 조리법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친환경 메뉴를 개발하는 등 다른 전략과 별개로 추진하거나 함께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dish swap across a weekly menu can deliver health and sustainability gains, 주간 메뉴의 요리 재배치를 통한 건강과 지속가능성 개선)는 25년 8월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게재됐다.